기사자료실[한겨레]‘김일성 회고록’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놀라운 변화

관리자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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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회고록’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놀라운 변화

등록 :2021-04-27 05:30수정 :2021-04-27 07:35




민족사랑방이 국내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 1권 표지. 민족사랑방 제공
민족사랑방이 국내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 1권 표지. 민족사랑방 제공


김일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전 8권) 국내 출간·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이전과 달라진 한국 사회 변화를 보여준다.


지난 21일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김일성 회고록을 국내 출간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곧바로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사단법인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는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이 책의 판매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여기까지는 늘 봐온 익숙한 반응이다.



그런데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김일성 회고록 국내 출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딨나. 높아진 국민의식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하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하 의원은 “북한 관련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라며 “이제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 보장합시다”라고 제안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하 의원의 물꼬 트기는 국민의힘 공식 견해로 발전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박기녕 부대변인 명의로 김일성 회고록 출간에 대해 “김일성 우상화 실체를 깨닫게 해줄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국민의식과 체제의 우월성을 믿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자”고 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변화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6일까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이념 공방을 의식한 의도적 ‘침묵’으로 보인다. 정부도 배포 금지 여부 등에 대한 뚜렷한 공식 방침을 밝히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관망’ 기조를 이어갈 뿐이다.


보수단체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다음날인 25일 교보문고는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 “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고객 보호’ 차원이다. 교보문고 쪽은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7월 대법원은 김일성 회고록을 ‘이적표현물’로 판결했다. 그러나 이적표현물 소지만으로 처벌받는 건 아니다.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증명돼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이다. 2018년 4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이적표현물의) 유통 및 전파 단계에 이르지 않은 소지 행위를 미리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자 “반대자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당시 이런 견해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과반(9명 중 5명)이었으나 위헌 결정 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해,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자격정지를 병과하는 것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돌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사태가 북한 언론·출판물의 완전 개방으로 가는 흐름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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