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자료실[민중의소리]국가보안법폐지 시리즈 기사

관리자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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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당 초선 이규민 의원은 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을 발의했나

북을 찬양하면 국가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11-26 16:08:28
수정 2020-11-26 1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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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ㅣ해방 직후 탄생한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적폐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국가보안법, 그중에서도 특히 7조를 폐지할 것을 촉구해왔다. 최근 국회의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에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이 발의되고 시민사회도 이에 동력이 되고 있다. 인권존중과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이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정부서 이뤄질까
 ‘트위터부터 드라마까지’ 국가보안법 7조가 ‘불법’으로 보는 것들
한나라당도 찬성했던 국가보안법 개정, 과거 실패 딛고 21대 국회서 이뤄질까
[인터뷰] 민주당 초선 이규민 의원은 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을 발의했나


국가보안법 7조는 찬양·고무죄를 규정한다.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한 자, 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자, 이적표현물을 소지·운반·판매한 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 ‘행동’이 아닌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목적’을 처벌하는 희한한 법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물음이 나온다. 첫 번째는 그 목적을 당사자가 아닌 과연 누가 판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검사나 판사가 판단한다면 자의적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번째는 설령 누군가 그런 목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존립을 실제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을 ‘우매한 백성’으로 보는 사고체계에서 나온 법”이라고 국가보안법 7조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0월 국가보안법 7조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1.25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1.25ⓒ정의철 기자

“보수진영도 찬양·고무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지 않을 것”

이 의원은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은 보수정당도 동의하는 수준의 법안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추진하다가 좌절한 데 대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하면서 “만약 7조만 폐지하자고 했다면 7조는 그때도 폐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때 찬양·고무죄 정도는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 쪽에서도 거의 동의했던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좋게 얘기하거나 알게 된다고 해서 우리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생길 땐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서로 체제 경쟁이 심할 때였지만, 이제는 각각 다른 체제가 자리 잡은 상황 아닌가”라며 “보수진영도 그게(찬양·고무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세계 최고 코로나19 방역을 통해서도 “대한민국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가 봉쇄에 버금가는 강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 때, 한국은 이를 하지 않고도 세계 최고의 방역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쟁’에 버금가는 대란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는 한국이 누군가가 북한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무너질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애국심이 굉장히 강한 나라다. 민주적으로도 굉장히 성장한 나라다. 그걸 국민들이 코로나 정국에서 보여줬다”며 “(그와 반대로) 국가보안법은 국민들을 우매하다고 판단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높게 존경받아야 할 국민들의 생각이나 사고를 통제하는 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1.25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1.25ⓒ정의철 기자

“국가보안법에 가로 막힌 우리는 북한을 너무 모른다”

그런데도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이후 단 한 번도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가 시도된 적이 없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국가보안법을 거론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의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좀 의아하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싸움이 성과 없이 패배로 끝나지 않았나. 그런 패배감이 강하게 남은 것 같다”며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그런 얘기를 꺼낼 수조차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그 속에서 (국가보안법 문제가) 좀 잊혀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많은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한 탓도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로 꼽혔다. 이 의원은 “남북정상도 만나고, 북미정상도 만나서 회담하고 교류하는 상황에서 과연 국가보안법이 실효성 있냐,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가) 많지 않은데 지금 굳이 (폐지 논의를) 해야 하냐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쨌든 법이 있으면 언제든 처벌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아직도 그걸로 인해서 고발당한 분들도 있다. 그런 걸 보고 주변 사람들도 스스로 사전검열을 하게 된다”며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이 없어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구체적으로 이 의원은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보수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7조 위반으로 고발당한 황당한 사건을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다”는 증거로 거론했다.

이 의원은 “이 드라마를 두고 남쪽에는 북을 미화했다고 하지만, 북쪽에선 자기네 체제를 너무 많이 왜곡했다면서 굉장히 반발했다”며 “현빈(북한군 역할을 한 배우)의 극 중 아버지가 아들을 괴롭힌 사람들을 막 사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북도 아무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국가가 아닌데 그렇게 드라마에서 표현한 것이다. 당연히 북쪽에서 보면 반발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북쪽에서 모욕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 재판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반대로) 현빈이 부드럽고 타인을 잘 배려하는 인물로, 마을 사람들도 따뜻하게 서로 아껴주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건 찬양·고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만큼 우리가 북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답답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유롭게 북을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북의 사회는 그 사회대로 존중해주고 우리 사회는 우리 사회대로 가면서, 그중 장점은 서로 나누면서 새롭게 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지향하는 통일”이라며 “그런데 저쪽은 무조건 나쁘고 좋은 게 하나도 없는 나라라고 알게 되면 젊은 사람들은 통일이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번 21대 국회에 등원해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서’를 하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 선서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 길지 않은 내용인데 거기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라는 문구가 있었다”며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일상에서 우리가 이렇게 말하면 ‘쟤는 빨갱이다’ 이런 식으로 매도되는 사회 분위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보안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최소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게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걸 먼저 없애야 우리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더 활발하게 논의하고, 열린 공간에서 서로 대화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보수진영 일각에서 북을 경계하며 국가보안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는 데 대해 “상대를 적대하든 안 하든, 기본적으로 상대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북을 너무 모르다 보니 ‘김정은 사망설’과 같은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만 계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 북과 관련된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도 그런 실수를 반복한다”며 “일반 국민들은 더 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진다고 실제로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고 많이 얘기들 하지만, 저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그는 우선 “가장 많은 수혜를 누릴 곳은 언론사가 아닐까 싶다”며 “언론보도에도 국가보안법 때문에 제약이 많지 않나. 이 문제가 풀려야 더 자유롭게 북에 대한 보도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뉴스 방송에서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생중계한 것을 두고 보수진영에서 비판이 쏟아졌던 것을 떠올리면서 “만약 정권이 다르고, 잘못 걸리면 언제든 고발당하고, 심하면 처벌받을 수도 있었던 상황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북에 들어가서 많은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 많은 데이터도 갖고 있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민간사업자와 같이 사업을 할 준비를 하고 있더라”며 “그런데 그런 활동 자체에도 막혀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의 자원 등 정보가 공개되고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면 기업체도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을 텐데, 너무 많은 정보가 막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문화예술계에도 북한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건 또 다른 블루오션”이라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남북관계나 통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1.25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1.25ⓒ정의철 기자

“국가보안법 7조 폐지는 당론이나 다름 없어”
민주당 의원들의 호응 이어져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 발의에는 이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김용민·김철민·신정훈·윤영덕·김남국·이동주·이성만·이수진(동작을)·조오섭·최혜영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 무소속 김홍걸·양정숙 의원 등이 함께 참여했다. 여기서 김진애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초선 의원이다.

이 의원은 “정치쟁점화가 되는 건 좋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공동발의 서명을 받았다”며 “밖에서 볼 때나 초선 의원들 시각에서 볼 때도 국가보안법 7조 폐지는 상식적인 법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 가운데 국가보안법 7조 폐지에서 더 나아간 전면적인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국가보안법 개정안 발의 후 중진을 포함해 여러 의원으로부터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는 반대하는 분이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지난 18일 “국가보안법 7조 폐지는 우리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당론’이라고 말한 건, ‘시기 조율의 문제일 뿐 우리는 이를 처리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며 “문 대통령도 이 부분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이 처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정감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던 지난 10월 발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은 국가보안법이 결국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선 7조 폐지 법안부터 먼저 낸 것이다.

이 의원은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게 하는 부분을 개정하는 건 국민적 공감대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국민의힘도 크게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고, 나머진 순차적으로 해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곱 번이나 합헌 결정을 받은 국가보안법 7조는 올해도 위헌심판이 제청돼 여덟 번째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게 헌법재판소에서 판정받을 일인가 싶다. 그 이전에 국회가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먼저 국가보안법 7조를 없애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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