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기고 (경향신문)

관리자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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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기고](1) “구시대의 유물, 종언해야”

김도형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입력 : 2021.05.19 11:59 수정 : 2021.05.19 19:59


국가보안법 시대의 종언을 바라며

필자가 변호사를 시작했던 때가 20세기가 막바지로 흐르던 1995년이었다. 그 시절 맡았던 형사사건의 당사자 중 상당수는 대학에 다니거나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었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였다’는 어마무시한 죄를 지었다고 구속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젊은이들이 주장한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힘없는 노동자들이 잘 사는 세상,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 남과 북이 하나되어 평화로운 민족공동체 건설 등을 꿈꾸면서 사회정의 실현에 힘쓰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죄명은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였다.

법원은 그러한 불순한 주장을 떠드는 것 자체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의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정상참작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다들 재판을 받으면서 빨갱이들에게 속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기에 풀려났던 것일까? 내가 변론한 사람들은 그런 반성을 하기는커녕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보안법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짓밟는 악법으로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당당히 맞서면서 신념을 굽히지 않고 떳떳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런데 법원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정신을 못 차리는데도 감옥에 더 가두지 않고 풀어준 것이다.

그런 판결은 관대한 것이 아니라 비겁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이 우리 국가체제의 존립과 안전이 아닌 군사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으면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악법이라는 것은 수많은 국가보안법 사건들을 재판해 본 판사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판사들은 무죄를 선고할 용기는 차마 내지 못하고 집행유예 판결로 판사의 양심을 타협한 것이었다. 내가 변론했던 국가보안법 사건 중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지 못했던 사람들은 ‘국제사회주의자 그룹’ 말고는 없었다. 이들은 체포되었을 때부터 수사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내내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했는데,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 이른바 ‘괘씸죄’로 작용하여 실형을 선고받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는 21세기도 어느덧 20년이 넘게 흐르고 있다. 20세기 냉전의 시대는 분명하게 막을 내렸고, 남북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는 것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체제에 큰 위협이 닥치고 우리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2021년 오늘에도 국가보안법은 버젓이 살아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민중가요를 부른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거리낌 없이 선고했고,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 단순 소지죄조차도 위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허구의 드라마가 북한 사회를 미화한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되는 웃픈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구시대의 유물을 정부에서, 국회에서, 사법부에서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던 국민들이 참다 참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 지난 5월10일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동의 청원이 시작돼 10여 일만에 10만 명 목표 인원을 가뿐하게 채웠다. 이제 국회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악법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 온 국가보안법이 드디어 운명을 마칠 때가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과 함께 국가보안법 시대의 종언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91159001&code=940100#csidx9a4ec8107a0992391bfa54547edb0e4



[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기고](2) 자살공화국과 국가보안법

조헌정 목사

입력 : 2021.05.27 15:20


자살공화국과 국가보안법

지난 5월 10일 시작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동의청원이 열흘 만인 5월19일에 10만 명의 동의를 모두 얻어 성립되었다. 이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국가보안법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경찰이 독립군을 잡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이 남북분단 이후 이름만 바뀌어 되살아난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일제가 상해임시망명정부를 반국가불법단체로 명명했듯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데 있다. 엄연한 유엔의 회원국을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하는 행위는 대한민국이 반유엔국가임을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면서도 남과 북의 최고 정치지도자들이 만나는 모임을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모순된 행위인가?

필자는 영화 <1987>에 등장하는 민주화의 성지 중 하나인 명동의 향린교회에서 은퇴한 목사다. 나의 전임자는 고 홍근수 목사인데, 홍 목사는 1991년 KBS 심야토론에서 “공산주의자도 휴머니스트들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북한의 신문과 서적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해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한 바 있다. 그 이후로 향린교회는 30년 가까이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대형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걸어왔다. 남한에서는 유일한 곳이다. 그런데 2017년 마르틴 루터의 기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독일 베를린박물관에서는 <The Luther Effect>라는 개신교 500년 역사를 정리한 기념비적인 책을 출판하고 특별전시회를 개최했는데, 이 책에서는 향린교회를 ‘정의·평화·생명의 하느님 나라 가치를 실현하는 대표적 교회’로 소개하면서 외벽에 걸려 있던 ‘국가보안법 철폐’ 낡은 현수막을 가져다 전시를 하기도 했다.

조작과 고문에 의한 국가보안법의 희생자가 한두 명이 아니지만, 재미동포 신은미씨는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는 발언을 이유로 입국이 금지되어 있고,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연속극 <사랑의 불시착> 또한 찬양고무죄로 고발된 상태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발언’ 또한 고발이 되어 있다. 이 모든 상황은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악법인지를 분명하게 웅변해준다.

대한민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에서 가장 자살율이 높은 국가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자살은 겉으로 보면 개인의 선택사항으로 보이지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듯 코로나와 같은 사회적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자살과 국가보안법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북한 사람들을 증오하고 원수로 여기도록 교육을 받아왔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너 죽을래?” “너 골로 갈래?”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들어야 했다. 남의 생명을 경시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생명 또한 경시하게 되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쉽게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역시 분단국가인 키프로스 역시 자살율 증가율이 높은 것을 보면 우리는 자살이 곧 사회적 질병인 ‘분단병’에서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얘기가 언론에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명백한 죄를 짓고 형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정권의 ‘정치적 희생양’이었던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전 의원의 경우는 물증은 하나도 없이 한 시간짜리 강연을 문제 삼아 8년째 감옥에 가둬두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 발언을 하는 순간 그 또한 ‘빨갱이’로 몰리기 때문이다. 종교신앙의 자유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기초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발언을 할 수 없는 사회는 곧 종교의 자유가 없는 사회와 같다. 정부와 국회는 단 열흘 만에 10만 명이 동의한 이번 청원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안아 하루속히 망국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더불어 이 법의 피해자들도 모두 석방하기를 바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271520001&code=940100#csidx3865f274eee9343be956d7db4262572


[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기고](3)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2021.06.03 14:25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홍콩은 1842년 8월29일 난징조약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중국·영국 공동선언과 일국양제 시행을 합의한 후 1997년 7월1일 중국에 특별행정구로 편입되었다.

홍콩이 중국에 특별행정구로 편입된 날, 나는 홍콩에 있었다. 아시아·태평양 YMCA 본부가 홍콩차이니즈 YMCA 건물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YMCA 본부에 회의 차 방문했던 나는 홍콩이 반환되는 역사적 순간을 홍콩차이니즈 YMCA 간사들과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평소에 친분이 있던 한 간사는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이 내려오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서 벅찬 감동과 함께 소름끼치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마 대부분의 홍콩 사람들도 그녀와 비슷한 이중적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2014년 9월 우산 혁명이라 불린 홍콩 민주화 시위는 그날 홍콩 사람들이 느꼈을 두려움의 한 단면이 현실화된 것인지 모르겠다. 우산혁명은 숨고르기를 거쳐 2019년 6월부터 송환법 반대 투쟁으로 다시 불붙었다. 그러나 수백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선 대규모 시위는 결국 중국 당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시행의 빌미가 되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본래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의해 홍콩 입법회에서 제정했어야 하는 법이지만, 중국 당국이 홍콩 기본법 부속서에 임의로 삽입하여 2020년 7월 1일자로 전격 시행 되었다.

홍콩을 중국 사회주의 체제로 강압적으로 통합해 나가겠다는 것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의 목적이다. 국가보안법을 매개로 중국은 홍콩의 정치체제 뿐 아니라 시민사회 그리고 종국에는 시민의 내면적 의식까지 총체적으로 재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미 중국 당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해 시민들의 저항운동을 뿌리부터 제압해나가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법의 목적이나 자의적 운영 행태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꼭 닮았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가 되었다. 일본, 홍콩, 태국, 미얀마 등 아시아 민주화운동, 시민불복종운동 현장에는 K팝과 한국의 운동가요가 자주 불려진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아시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민중의 노래다. 그러나 한국은 분단의 극복과 평화의 정착 그리고 내부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산적한 숙제 또한 갖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제들은 국가보안법 주변을 맴돌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남한 단독정부를 강행 추진한 이승만 정권에 의해 일제 하 독립군을 때려잡던 악명 높은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1948년 11월9일 발의되어 고작 22일 후인 12월1일 공표, 시행되었다. “이와 같은 법률은 영구히 시행될 것이 아니고 다만 잠정적인 비상시의 탄환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이 법이 ‘한시적인 임시조치법’임을 분명히 하였음에도 국가보안법은 73년이 지나도록 생명을 유지하며 분단을 고착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무의식 속에 뿌리 깊은 자기검열의 억압적 장치를 작동하는 악법으로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

이승만 정권은 1949년에 국가보안법으로 12만 명을 검거하였고 박정희 정권에서는 6944명을 기소하였으며 전두환 정권에서는 1759명을 기소하였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2018~19년 2년 동안 583명에 이르는 국민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했다. 진보당의 조봉암 선생은 평화통일을 주장하다 국가보안법으로 1959년 사형당했고,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의 피고인이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되는 등 수많은 사법 살인이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를 위한 ‘잠정적인 비상시의 탄환’으로 제정되었으나 73년의 역사를 통해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면서 독재자들의 통치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가보안법 체제와의 투쟁의 역사로 점철되어 온 피의 역사다.

국가보안법은 자유주의 최후의 보루인 개인의 내면성의 영역까지 사법적 검열의 대상으로 삼아 사법권을 행사하여 왔으며 인민의 저항권도, 민주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도, 자유로운 결사의 자유도 통제하고 유보할 수 있다. 독재를 위해 양의 탈을 쓴 늑대가 국가보안법의 진면목이며 국가와 법의 이름으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지속적인 테러를 자행해온 것이 국가보안법의 역사다.

내면의 빛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개인의 자유로운 성장과 이를 통한 다원적 사회의 풍성함을 진보의 동력으로 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능성을 국가보안법은 억압하며 집요한 사상적 검증체계를 전 사회적으로 작동시켜왔다. 개별성과 다원성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국가보안법을 이제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현재 남한에는 철저한 냉전과 반북을 전제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을 지향하는 7·4남북선언,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판문점선언, 9·19평양공동선언이 동시에 존재하는 자기 분열적 상황 속에 놓여있다.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개의 가치 체계가 병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현실은 북한을 반국가 단체이고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대등한 주체로 바라보는 등 북한에 대해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헌법은 전문에서 우리 국민이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점과 제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제3조 영토조항이 국가보안법에서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근거로 인용되고 있지만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과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가동은 이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북한에 대한 반국가 단체 규정은 일면적이고 과도하며 또한 헌법정신 위반이다. 한반도 평화와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과 헌법정신의 불일치에 대한 해결 방향은 평화와 통일의 방향, 즉 국가보안법 폐지의 방향일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6031425001&code=940100#csidx49596b3683aa0eab8d41cdb3800d178



[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기고](4) ‘종북 게이’ 그리고 국가보안법과 차별금지법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종북 게이’라는 말이 있다. 듣기에도 생경한 조합이지만, 이 말은 한국사회의 현재를 담고 있고, 위력은 대단했다. 북한을 추종하는 빨갱이와 성소수자 혐오가 합쳐진 말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운동장에 모인 민간인을 손가락으로 색출해서 사냥했던 시절 탄생한 국가보안법은 오래된 공포였다. 오래된 공포에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야하는 소수자를 합쳐서 종북 게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둘 다 싫으니, 둘 다 꺼지라는 메시지였다. 혐오에 혐오를 ‘1+1’ 더한 꼴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는 손가락질 총이 또 만들어진 것이다.


종북 게이가 귀에 들리기 시작한 때는 2013년쯤이었다. 당시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보수 기독교 단체의 조직적 공세에 법안을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정치적 성향·전과·성적 지향·종교에 대한 차별 금지’ 항목이었다. 법이 제정되면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김정은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국회와 중요 공직에서 자유롭게 적화 활동을 하고,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은 “교회에서조차 성경대로 죄(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의도된 오독이다. 목사의 설교를 듣고 일상으로 돌아온 신자들은 공포에 빠진다. ‘빨갱이’와 ‘호모’가 설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생각하니 끔찍하다. 레드 컴플렉스와 성소수자 혐오가 합체하자, 지시한대로 국회의원에게 전화하고 문자 돌리는 용기가 생긴다. 그렇게 종북과 게이는 하나가 되었다. 기괴한 단어의 조합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법이 보인다. 하나는 차별금지법이고, 하나는 국가보안법이다. 두 법을 연결시키는 공통점은 더 있다. 인권이사회,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등 유엔의 인권기구 권고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은 제정하라는 요구인데, 여전히 국가보안법은 존재하고 차별금지법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두 법의 존재 여부는 한국사회 인권의 바로미터로 지목되었다.


최근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청원되었고, 차별금지법은 청원인을 모집 중이다. 종북과 게이가 비슷한 시기에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이 달성되자 폐지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어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인권은 현실에서 도전받는다. ‘인간은 모두 존엄하다’는 명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과 차별을 금지하라는 사람은 불온한 취급을 받는다. 불온한 취급은 사람이 읽는 책을 불태웠고, 사람 몸에 불을 붙였다.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표현한다. 존재로부터 나오는 정체성을 숨기고 살 수 없는 것도 인간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청원에 이런 글이 붙었다. “국민이 요즘같이 안보에 대해 불안한 적이 없을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시절을 보내면서 위태로움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맞다. 불안하기 짝이 없고 겪어보지 못한 위태로움에 처해 있다. 그러니 안전해져야 한다. 차별 없는 평등과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평화보다 안전한 것이 무엇일까.


한국사회는 종북과 게이라는 공포 정치에 속아왔다. 그래서 진짜 불안을 만나지도 못했고, 해결할 기회도 놓쳐왔다. 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평화체제, 평등이 기본값인 세상은 상상 속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혐오와 두려움으로 과대 포장된 거짓말의 지배는 인권을 빼앗고 유보했다. 그러니 안전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국가보안법은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은 제정하자. 인권의 지평은 넓어졌지 좁아지지 않는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6102007001#csidxa5b90e6c15b59a7930ff8fc221d2390

 

국가보안법 폐지 릴레이 기고(5)-국가보안법은 민주시민교육의 걸림돌이다

박미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입력 : 2021.06.17 11:48 수정 : 2021.06.17 11:49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교육기본법 제2조는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라고 명시하여 교육자의 역할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사회 안에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생각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능력,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시민교육을 가로막는 법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단체를 만들거나, 가입하거나 활동하는 모든 것들’을 처벌합니다. 개인의 사상과 일상적 의사표현, 연구하는 도서와 그림, 악보를 소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하여 처벌합니다.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주인인 국민의 생각과 행위의 목적을 사법부가 단죄할 수 있나요? 법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발생한 결과에 따른 구체적 피해정도를 처벌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21세기 4차산업시대, 정보 세계화시대라는 지금도, 이런 법을 그대로 두고 민주주의를 운운하기에는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저는 중학교 교사로 30년을 살아왔고, 우리 교육의 역사를 탐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청년교사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교사들도 직접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때, 전교조를 ‘빨갱이’라고 매도하고, 먼 일가친척들조차도 사상을 의심받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저를 피할 때, 저는 우리 사회에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군부독재정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기에, 조금만 더 민주화되면 당연히 폐지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2000년 6·15공동선언이 발표되었고, 감격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은 평화통일교육이라는 사실도 실감했습니다. 남과 북, 해외가 함께하는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가 결성되었고, 금강산이 열리고 개성공단이 가동되었습니다. 남북 각계각층에서 만남과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남·북 교육자들도 만났습니다. 남의 한국교총과 전교조, 북의 교원직업동맹이 공동으로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교육본부를 결성하였고, 6·15공동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6·15공동선언기념 21주년 행사에 참가하며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국가보안법은 분단을 고착시키고 평화통일을 위한 활동을 선택적으로 단죄하는 낡은 악법입니다. 분단은 우리 민족 내부의 단결과 발전을 저해하고 대결을 통한 비인간화 현상을 가속화시켜왔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우리 민족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분단의 장기화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과 남과 북에 공통적으로 끼치고 있는 피해와 손실에 대하여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일깨워주어야 할 것입니다. 통일은, 분단으로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조화로운 민족공동체를 구현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도 일깨워주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체제와 상황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하여 ‘다름에 대한 인정과 상호존중’이라는 가치를 교육하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입니다.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반하고,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폐지되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오랜 시간 계속되어왔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생각과 상상력은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그렇게 서로의 성장을 지원합니다. 자유로운 생각과 활동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은 민주시민교육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입니다.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는 과정 뿐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이루어지는 비판과 논쟁에서도 의사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도록 자기검열을 강제하기도 합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일상적으로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입법청원이 9일 만에 이루어진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국회가 너무나 답답합니다. 반드시 빠른 시간 안에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의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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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6171148001#csidxb1a76df52e7b30da005ff7829a46f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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